2025년 04월 15일 화요일
테헤란로트렌드클럽(3/20) “AI는 마법이 아닌, 우리가 일하는 방식"
“AI는 마법이 아닌, 우리가 일하는 방식”
LG전자 HS본부 우정훈 상무가 전하는, 글로벌 가전기업의 AI 전환 이야기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대기업이라고 하면, 여러분은 어디가 떠오르시나요? 아마도 빠지지 않는 이름이 LG전자일 겁니다. LG전자는 단순히 가전을 잘 만드는 회사를 넘어, 수십 년간 글로벌 무대에서 '기술로 승부하는 한국 기업'의 상징 같은 존재였죠. 특히 LG전자의 가전부문은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같은 제품을 모두의 삶 안에 들여놓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가전의 위상을 높였습니다.
그런 LG전자가 지금,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바로 AI전환입니다. 그리고 이 전환은 단순히 AI 기술을 기존 사업에 붙이는 수준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일하는 방식과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지난 3월 20일 저녁 7시, 올해 두 번째 테헤란로트렌드클럽에서는 "글로벌 가전기업의 AI전환 이야기"를 주제로 LG전자 HS사업본부(가전사업본부) 우정훈 상무님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우 상무님은 "AI는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능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스타트업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라는 점에서, LG전자의 AI전환은 더 많은 제약과 복잡한 조건을 안고 있었을 겁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복잡하게 얽힌 수많은 제품 라인업을 가지고, 수 만명의 구성원이 함께 일하는 거대한 조직이 어떻게 AI전환 여정에 뛰어들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수
AI시대 일잘러 되기 2탄, "글로벌 가전기업의 AI전환 이야기" 요약, 지금 시작합니다.
*올해 테헤란로트렌드클럽에서는 AI전환 중요성과 사례들을 만나봅니다.
*테헤란로트렌드클럽은 저녁시간을 활용해 인사이트를 얻는 스타트업 업계 트렌드 강연입니다. 다음 행사 소식이 궁금하신 분들은 스얼레터를 구독하시면 가장 먼저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현장에 참석해주신 분들을 위해 블로그에는 모든 강연 내용을 담지 않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테헤란로트렌드클럽을 찾아주세요! :)
1. AI시대, 글로벌 가전기업도 위기를 느낀다
우정훈 상무님은 먼저, 가전업계가 언제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왔다는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일렉트로룩스, 월풀 등 글로벌 선두 주자가 시장을 주도하던 시절에도, 그리고 국내 기업들이 앞서 나가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에도, 가전회사는 '제품 혁신'과 동시에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멈춘 적이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효율적으로 설계하고 더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노력을 수십 년간 이어 온 것이죠.
다만 이제는 과거처럼 "열심히만 하면 따라잡을 수 있다"는 공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 시대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것을 검토하고, 더 정확한 결정을 내려야만 경쟁에서 앞설 수 있습니다. 그래서 LG전자는 AI를 업무 방식 전반에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설계, 개발, 생산, 서비스의 모든 단계에서 AI를 활용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며, 협업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입니다. AI는 이번에도 가전업계가 숙명처럼 이어 온 '생산성 혁신'의 연장선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새로운 도구입니다..
2. 범용 AI를 모두에게, 특수목적 AI는 천천히
여러 부서와 직무로 이루어진 조직에서 AI를 도입한다면, 어떤 순서로 도입하는 것이 맞을까요? 모든 직원이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범용 AI(General purpose AI)를 먼저 도입해야 할까요, 아니면 각 부서와 직무에 맞는 특수목적 AI(Special Purpose AI)를 먼저 도입해야 할까요?
LG전자 HS사업본부의 선택은 후자였다고 하는데요. 대기업의 업무는 매우 세분화되어 있고 전문화되어 있기 때문에, 개별 직무에 맞는 AI를 도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정훈 상무님은 만약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다면 전자를 선택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아무리 세분화된 조직, 역할을 맡고 있더라도 '운영'성 업무가 정말 많다는 것. 따라서 General purpose AI를 단순히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즉각적인 생산성 개선을 할 수 있는 거였어요."
"지금은 모든 직원에게 범용 AI를 주는 게 먼저입니다. 뚝딱뚝딱 코딩으로 무언가 만들어낼 수 있는 직원들도 많습니다. AI모델을 호출할 수 있는 API 키만 주면 직원들이 알아서 놀아봅니다. 바로 써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우정훈 상무님은 또 한 가지 경험을 떠올렸습니다. LG전자의 가전사업본부 내에는 수백 개의 팀이 있다고 하는데요, 이 중 어떤 팀들이 AI를 가장 적극적으로 쓰는지 지켜봤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장 AI를 잘 쓰는 팀은 대부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었습니다. 제품 혹은 앱서비스의 소프트웨어 개발, 혹은 로봇의 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었죠. LG전자처럼 하드웨어, 제조/생산 중심인 조직에서도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AI를 사용하는 것은 소프트웨어 인력이었다는 겁니다.
왜일까요? AI전환은 결국 (사람이 아닌) AI가 일을 한다는 것입니다. ChatGPT와 같은 AI는 결국 '언어'를 기반으로 한 모델이 시작이었습니다. AI가 잘하는 것을 떠올려보면, 번역, 요약, 글 생성 등 '언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는 어떨까요? 이 또한 컴퓨터의 '언어'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코드를 만들거나 버그를 고치는 데에 AI를 사용하는데, 그것이 컴퓨터의 언어냐, 인간의 언어냐의 차이일 뿐, 입력하는 것도 언어고 출력하는 것도 언어입니다. 반면 이미지, 도면, 실험기록과 같은 텍스트가 아닌 정보들을 기반으로 업무를 시켜야 한다면, AI가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3. AI 전환보다, 디지털 전환 먼저
우정훈 상무님은 다음으로 두 가지를 강조했습니다. 첫 번째는 "문서가 존재하지 않는 회사는 AI 전환을 하기 어렵다", 두 번쨰는 "디지털 전환을 하지 않은 회사는 AI 전환을 하기 어렵다"입니다.
AI가 우리 업무를 대신해주고, 우리는 더 나은 고민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데이터가 어딘가에 포스트잇으로 붙어 있어서는 안됩니다. (1)업무가 문서화되어 있고, (2)디지털 형태로 존재해, (3)AI가 참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우정훈 상무님은 많은 기업들에게 내부의 지식 자산이 디지털화되어 있는지, 구조화되어 있는지, AI전환을 시도하기 전에 이 부분을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과연 우리 회사의 중요한 데이터들은 잘 문서화되어 있을까요? 또디지털 형태로 존재할까요?
4. IT부서와 데이터 부서의 협업이 중요
앞서 우리 기업의 데이터를 구조화된 형태로 잘 저장하는 것이 AI전환에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한 기업이 AI전환을 할 때에는 데이터 부서의 역할이 제일 중요할까요? 혹은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IT 부서의 역할이 중요할까요?
우정훈 상무님은 누가 더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라, 두 부서가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게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각 부서의 역할과 장점이 다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데이터 부서에서는 오랫동안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데이터를 누적해왔고 이를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해왔기 때문에, 이 데이터를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AI에게 일을 시키려면 회사 내부의 데이터를 참조시켜야 하니까요.
반면 IT 부서에서는 AI모델을 활용하여 임직원이 쓸 수 있는 업무용 시스템을 빠르게 구축하고 배포,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AI모델도 UI와 시스템을 통해 접근할 수 있어야 도움이 되니까요.
5. 우리는 결국 질문을 더 많이 던지게 될 것
우정훈 상무님의 발표 마지막 슬라이드에는 이렇게 써있었습니다.
"We get faster answers,
which spark more questions,
leading to higher-level knowledge and ultimately better outcomes"
AI가 빠르게 답을 주기 때문에, 우리는 더 자주 질문하고, 더 많은 답을 얻을 것이고, 더 깊이 생각하게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더 나은 결정을 하게 될 거라는 뜻입니다. AI를 도입한다고 해서 마법처럼 갑자기 과거에 없던 무언가가 생겨나거나, 완전히 새로운 업무로 대체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AI전환을 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10배 더 생각의 속도가 빨라지고, 10배 더 좋은 의사결정을 하게 될 것이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확률'을 높여갈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AI는 앞으로 우리 모두가 일하는 방식이 될 것입니다.
어떠셨나요? 글로벌 가전 대기업의 AI 전환 여정이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었나요? 앞으로 우리 조직에 AI가 도입되면 어떤 변화가 생길지,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스타트업의 AI전환 사례를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가장 빨리 다음 행사 소식을 받아보고 싶은 분들은 지금, 스얼레터를 구독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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