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1월 21일 수요일
[실리콘밸리 한 달 노트 #3] 미국 진출 후 첫 채용의 함정

이민자의 첫 직업은 공항에 마중 나온 사람이 누구냐에 달려 있다는 농담이 있다. 한국에서 어떤 자리에 있었든 무슨 일을 했든 태평양을 건너는 동안 1차로 리셋! 예전 직업을 계속하고 싶더라도 경력과 평판을 새로 쌓아야 한다. 그렇다고 생판 모르는 나라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기는 두려운 일이다. 그래서 결국 공항에 마중 나온 사람에게 “그거 할 만한가요?”라고 물어보고, 그 길로 그 길을 가게 된다는 웃픈 이야기다.
지사장급 임원 채용에 특화된 Offer Squirrel의 공동창업자 Heidi Lim의 발표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미리 말씀드리면, 이 이야기는 슬픈 결론으로 이어진다. 굳이 미국이 아니더라도 정보 비대칭이 심한 여건에서 채용을 하게 되면, 덫과 사냥감의 만남 같은 일이 빈번히 발생한다.
Heidi 님은 서부극의 한 장면을 빌려 이 상황을 설명한다. 먼지바람이 부는 어느 서부 타운, 먼 여정에 지친 한 사내가 도착했다. 그때 제일 먼저 찾아와 말을 거는 사람들은 술이나 숙소 같은 무언가를 팔고 싶은 상인들일 것이다. 만약 이 여행자가 잠깐 지나가는 사람이 아니라 이 마을에서 사업을 하거나 거주할 계획이라면 시장님이나 보안관 같은 더 중요한 사람들을 만나야 하겠지만, 바쁜 그 분들이 길에서 이 사내를 영접할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Heidi 님의 장표에 따르면, 미국 상황을 잘 모를 때 적극적으로 돕는 이는 active candidate이고, 진짜 필요하지만 어딘가에 재직 중이라 만나기 어려운 선수가 hidden talent다.
선수들은 당연히 보상도 잘 받을테니 여기저기 기웃거리거나 영양가 없는 네트워킹 자리에 자주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처음 미국에 온 창업자는 네트워킹 자리만 열심히 찾아다닌다. 그렇게 명함을 교환하다가 선배이거나, 아니면 한 다리만 걸쳐도 알 만한 사람을 만난다. 게다가 그 친절한 지인이 돈을 많이 주지 않아도 취업할 의사가 있어 보이면 굴러온 복을 놓칠까 싶어 바로 오퍼를 한다. 그가 바로 active candidate이고, 만약 그 사람을 높은 포지션에 뽑았다면 가이 가와사키와 스티브 잡스가 경고했던 Bozo Explosion이 시작된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미국 사업은 계획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Dream Search라는 IT 서치펌 창업 경험에 기반해서 이런 상황에 대해 한마디 얹자면, 창업자가 잘 모르는 직군에서 신규 채용을 할 때 최대한 피해야 하는 후보자 유형이 있다. 경력 연수에 비해 옮겨 다닌 회사가 많고, 말이 언제나 앞서는 사람—그러니까 뭐든지 다 해 봤고, 새로 할 과제도 쉽게쉽게 설명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그 일을 해 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쉽게 말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도메인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태도가 반듯한 젊은이를 뽑는 편이 낫다. 본사로 불러 교육시키고, 당분간은 시니어들이 출장을 나와 도와주면서 꾸려 나간다. 그것이 마음이 언제나 구직 중인 active candidate를 채용하는 것보다 나은 선택일 때가 많다.
아직 초라한 우리 회사에 당장 올 가능성은 낮지만 정말 좋은 후보를 발견했다면,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아래 장표는 이직 의욕이 거의 없는 hidden talent를 데려오는 장기전 전략을 보여 준다.

채용 실무를 해 본 적 없는 분들은 이런 장표를 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만 모아 놓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다고 그 사람이 오겠냐 싶지만, 사람은 기본적으로 남의 떡이 커 보이는 변덕쟁이라 현 직장보다 더 낫지도 않은 곳으로 이직하기도 한다.
심리학 용어를 동원해 설명하자면, hidden talent가 큰 회사에 소속되어 누리는 Perks는 ‘쾌락 적응’ 현상으로 인해 더 이상 자극으로 작용하지 못한다. 그런데 스타트업을 보니, 잘하면 부자가 될 수도 있고 매일 하는 지겨운 일 말고 새로운 도전도 가능해 보인다. 그것들이 ‘내가 가질 수도 있는 기회비용’이기에 ‘손실회피편향’이 작동되어 아까운 마음이 들게 된다. 이 마음이 많이 커지면 “그런데 내가 옮기면 얼마 주실거에요?” 질문이 나온다.
<1/13/2026에 열렸던 Bridge Beyond Borders 행사에서 일부 발췌>
🗒️ 실리콘밸리 한 달 노트 시리즈 | by.기대
한 달 동안의 출장에서 만난 사람과 생각을 ‘관찰 노트’로 기록하고, 메모를 바탕으로 지금 한국에서 통하는 힌트와 질문을 꺼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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