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1월 15일 목요일
[실리콘밸리 한 달 노트 #1] 급한 것에 휘둘리지 않는 법

Y Combinator의 ‘마이클 세이블’은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평가할 때 빈도(Frequency)와 강도(Intensity) 분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기왕이면 빈도가 잦고 절실한 문제를 풀라고 조언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비스가 나와도 고객에게 “한 번만 써보라”는 말조차 붙이기 어려울 거라는 얘기다.

* 왼쪽의 사진은 UKF 제공
UKF2026에서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의 ‘사장님 앱 만드는 순서’ 발표를 들었다. 사업 초기, 동호님 관점에서 자영업 사장님들에게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12개나 있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등장하고, 동시에 대부분의 사장님에게 공통으로 해당되는 문제가 ‘현금흐름 관리’였다. 그래서 한국신용데이터는 앱도 만들기 전에 카카오톡으로 전일 매출을 알려주는 서비스부터 시작했다.
매출 정보와 함께 일일 매상에서 단골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이 보여줬는데, 그 반응이 정말 뜨거웠다고 한다. “세상에 이런 서비스가 나오다니…”같은 감동의 댓글이 달릴 정도였다고. 재미있는건, 그 기능 자체는 기술적으로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동일한 신용카드가 과거에 사용된 적이 있는지만 확인하는건 VLOOKUP 함수로도 구현 가능한 수준이니까. 그런데도 ‘문명의 세례’를 처음 입은 자영업 사장님들에게는 충분히 경이로웠던 셈이다. 그렇게 고객을 감동시켰고, 그 감동을 발판 삼아 사용자 베이스를 늘리며 필요한 기능들을 하나씩 더해 갔다.
UKF2026에 나온 슬랙의 공동창업자이자 CTO인 ‘칼 헨더슨’ 또한 창업자들이 모두 공감할 제품 기획의 어려움에 대해 조언했다. 슬랙은 처음에 소규모 회사용으로 만들었는데, 나중에 대형 고객들이 들어오는 바람에 잠시 사용자 수를 8,250명으로 제한한 뒤 아키텍처부터 재설계를 했단다.
창업 초반에 고객 피드백을 받다 보면 이런저런 기능을 넣어 달라고 조르는 특정 고객이 꼭 등장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컨설턴트가 아니니 그걸 다 받아주면 안 된다. 범용 소프트웨어 기업은 핵심 기능 세 가지만 확보하면 사소한 불편함은 사용자들이 참으며 쓰게 되어 있단다. 창업자가 걱정해야 할 게 너무 많지만, 급한 것들에 휘둘리지 말고 중요한 것에만 집중하는 것을 권한다고. 그러면서 사업 초기에는 PMF(Product-Market Fit)를 찾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사진은 UKF 제공 / '칼 헨더슨은 왼쪽의 반바지 입은 아저씨다.'
다시 돌아와, 동호님도 한국신용데이터에서 PMF를 찾는 데 3년이 걸렸다고 했다. ‘사장님 앱’은 마지막 기능으로 결제와 포스(POS)를 선택했다. 아마 처음부터 공룡들이 우글대는 결제 시장에 뛰어들었다면 오늘의 성공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중소상인 시장에서 배출된 유일한 유니콘이다.
🗒️ 실리콘밸리 한 달 노트 시리즈 | by.기대
한 달 동안의 출장에서 만난 사람과 생각을 ‘관찰 노트’로 기록하고, 메모를 바탕으로 지금 한국에서 통하는 힌트와 질문을 꺼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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